전쟁 중에 이처럼 화려한 일본 옷을 입은 여자를 본 적이 일찍이 없었다. 그런 옷차림으로 집 밖에 나섰다가는 당장 길에서 눈총을 받고 되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. 그만큼 그 옷은 호사스러웠다. 자세한 무늬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, 물빛 바탕에 꽂무늬가 그려져 있거나 수가 놓여져 있었고 띠에서는 금실이 반짝이고 있어서, 다소 과장해 말한다면 그 일대가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. 젊은 미녀는 단아하게 앉아 있었다. 흰 옆모습이 조각처럼 또렷이 부각되어 정녕 살아 있는 여자인지가 의심스러웠다. 나는 형편없이 더듬거리면서 중얼거렸다.
“저거 정말 살아 있는 걸까?”
“나도 지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. 꼭 인형같지?”
쯔루가와는 난간에 가슴팍을 밀어붙인 채 눈도 떼지 않고 대꾸했다. 그때 한쪽에서 군복차림의 젊은 육군 사관이 나타났다. 그는 예의바르게 여인 앞쪽에 한두 자 간격을 두고 대면해 앉았다. 한동안 둘이는 그림처럼 마주 앉아 있었다. 여인이 일어섰다. 조용한 몸짓으로 낭하 저쪽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. 조금 있다가 여인은 찻찬을 받쳐들고 미풍에 긴 소매 자락을 나부끼면서 돌아왔다. 남자에게 차를 권한다. 예법대로 차를 권하고는 제자리에 앉았다. 남자가 무어라고 말을 하고 있다. 남자는 좀처럼 차를 마시지 않았다. 그 시간이 너무나 길었고, 긴장해 있음을 느꼈다. 여인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.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난 건 그 직후였다. 여인은 자세를 똑바로 한 채 갑자기 앞깃을 헤쳤다. 내 귀에는 단단하게 동여맨 허리띠 안쪽에서 잡아 당겨지는 비단 옷자락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. 하얀 가슴이 드러났다. 나는 숨을 삼켰다. 여인은 희고 풍만한 유방 한쪽을 제 손으로 끄집어 내었다. 사관은 깊숙한 검은 빛 찻잔을 들고 무릎 걸음으로 다가 갔다. 여인은 유방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비비듯이 젖을 짰다. 나는 그것을 눈으로 봤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검은 찻잔 안쪽에 거품이 일고 있는 올리브 색 차 속에 희고 따뜻한 젖이 뿜어져 방울지면서 떨어지는 광경을, 고요한 차의 표면이 하얀 젖에 흐려져 거품을 일으키는 광경을 바로 눈앞에 보는 듯이 똑똑히 느낀 것이다. 남자는 찻잔을 기울여 그 이상한 차를 마셨다. 여인의 하얀 가슴은 도로 숨어 버렸다.
우리 두 사람은 등골이 굳어진 채 그 광경을 유심히 보았다. 그후에 생각한 것이지만 그것은 사관의 아이를 밴 여인과 전쟁터로 나가는 사관과의 이별의 의식이었던 것 같다. 그러나 그때의 감동은 어떤 해석도 거부했다. 얼마나 뚫어지게 보고 있었던지 어느 사이에 그 남녀의 모습이 방에서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다만 널따란 양탄자만 남아있는 것을 알아차리는데 시간이 걸렸다. 나는 그 하얀 옆 얼굴의 부각과 무엇으로도 비할 수 없는 하얀 가슴을 보았다. 그리고, 여인이 사라진 뒤에도 그 하루의 나머지 시간도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나는 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었다. 분명히 그 여인은 되살아난 우히코 그 사람이라고.
– 미시마 유키오 “금각사”